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디지털 인재는 국력…육성에 힘써야”[세계의 SW교육③]

티포스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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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적 사고를 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의 중요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커지고 있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 한국과학창의재단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이에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 또한 과학·기술·디지털 소양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과 교사를 지원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디지털새싹, 인공지능(AI) 선도학교, 스팀 교육(STEAM) 운영 등의 사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기정통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으로, 1967년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식수준 함양에 앞장서 왔다. 2008년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확대 개편한 후 과학기술문화 확산과 더불어 창의인재 육성, 과학‧수학‧소프트웨어(SW)‧AI교육 발전을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그 선봉에 서 있다. IT조선은 조율래 이사장을 만나 인재 양성을 위한 활동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그리는 미래 인재상이 궁금하다.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과학창의재단은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창의적 인재는 융합적 사고를 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다. 디지털 대전환의 과정에서 산업뿐만 아닌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은 어느 학교를 다녔고, 무슨 전공을 공부했는지 보다 뭘 할 줄 아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일례로 일부 미국 기업들은 '유다시티(Udacity)'라는 영리 기관의 코스 이수 수료증을 대학교 학력증보다 더 가치 있게 본다고 들었다. 유다시티 교육과정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고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한다. 기업들이 문제, 프로젝트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는 의미다. 국내에도 머지않아 이런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교육부가 민주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보편 교육을 한다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사회와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기 위해 이공계 분야에 방점을 둔다. 인재 양성의 밑바탕으로 2009년, 2015년, 2022교육과정 수학·과학·정보 과목 교육개정에 총괄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역과학문화거점센터 지원, 과학 및 코딩 관련 행사 개최, 스팀 교육(STEAM), 교사 연수, AI 선도 학교 등의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스팀 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약칭으로 과학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융합적 사고력과 실제 문제해결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뜻한다. 재단의 스팀 교육은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다.

-정부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의 흐름이 그렇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총은 현재 가치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다. 앞으로의 밸류에이션이 빅테크 기업에서 나온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고, 이게 주식 시장에 선반영 됐다는 의미다.

또 디지털 기술은 빅테크 기업만이 대응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에서 재고 관리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듯이 디지털은 모든 산업에서 활용된다. 국가가 총력전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세상이 빨리 변함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최소한 뒤쳐져서는 안 된다.

디지털 교육은 논리력과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 다만 공교육에서 정보교육시간 확대만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다. 디지털새싹 프로그램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교구로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지난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퓨터 과학 교육 컨퍼런스(CsEdCon)’에 참석하셨다. 현장 분위기와 K-에듀에 대한 글로벌 반응이 궁금하다.

‘CsEdCon’은 컴퓨터과학교육의 진흥을 위한 국제적 비영리단체인 코드닷오알지가 개최하는 국제 컨퍼런스로, 올해에는 전 세계 33개국에서 328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정보 교육 정책, 그리고 재단의 SW 페스티벌과 코딩 파티 사례, AI 선도학교, AI 디지털 교과서 등을 발표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짧은 시간에 과감하게 도입하는 만큼 장단점이 있을 거라 본다. 그렇지만 퍼스트 무버로서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책임감도 크다.

이번에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미국과 영국 등 SW 교육이 선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가에는 공교육과 민간 사이에 칸막이가 없음을 느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컴퓨터 사이언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 등 민간이 공교육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았고, 공교육은 거기에 대해 거부 반응이 없어 보였다. SW, 디지털은 변화가 매우 빠른 영역이기에 민간이 아젠다를 만들고, 정부는 교육 정책에 이것을 반영하는 구조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은 아직 교육부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구조다. 다만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디지털새싹 사업의 경우 교육부 움직임에 맞춰 민간이 같이 호흡하고 협업을 하며 변화에 도전하고 있다.

-디지털새싹에 대해 듣고 싶다. 도입 배경과 성과 등은 어떤가.

디지털새싹은 교육부,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주최로 전국의 초·중·고 학생에게 SW·AI 교육을 제공하고 디지털에 대한 역량을 향상하는 사업이다. 디지털새싹은 2022년 겨울부터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25년 2월까지를 운영 기간으로 설정하고, 정보 교육 확대에 앞서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15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단시간에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현장에서 매끄럽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갖추기 위해 과감하게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기로 결심했다. 교육의 50% 이상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고 대학도 함께해 디지털 소양을 학생들에게 길러주기 위해 위해 민‧관‧학이 협력하는 구조가 됐다. 우리나라 정보 교육에서 학교 울타리를 확 낮추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민‧관‧학의 협력은 학생들에게 뛰어난 강사의 강의와 그간 학교에서 접하지 못했던 첨단 도구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공교육에 큰 충격이자 감동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2023년 상반기까지 누적 25만2000명의 학생들이 디지털새싹을 통해 디지털 교육을 받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더 커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최근 진행한 성과평가를 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디지털 분야에서 소양 성장을 이뤘고, 지역 격차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육 정책은 통상 많은 비판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데, 디지털새싹은 큰 호응을 얻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본다. 교육부가 결단을 내리고 재단이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도입해 가능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문제를 해결하고 발표하는 프로젝트성 수업으로,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돕는다. 또 특수 아동이나 학교 밖 청소년들도 디지털새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성장을 이룬 사례가 많다.

현재 디지털새싹은 디지털소양, 컴퓨팅사고력,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 4개 분야로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 과정 개설과 수준 세분화와 같은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남은 사업 운영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디지털새싹 사업을 마무리하고,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들은 공교육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게 작업할 예정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준정부 기관으로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의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시·도교육청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교육 자치가 자리를 잡고 있고, 시·도교육청이 각자의 브랜드를 키우려는 시점이다. 재단은 교육청에 컨설팅을 해주고 서로 간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 재단과 교류하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시·도교육청이 활용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 외에도 수학 교육, 과학 교육, 디지털 교육 그리고 스팀 교육에 지속해서 힘을 쓸 예정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과 같은 교육에서 소외될 위험이 큰 학생들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챙기는 역할에 더 신경을 쓰려한다. 이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돕기 위해선 디지털 역량을 키워주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관련 교육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