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AI교과서, '교육자료' 격하됐지만... "학생에 초점, 교사 의지 중요"

티포스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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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18 

[AI교과서 사용 교사 간담회]
지난 4일 국회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
AI교과서 도입 의무 사라져, 학교 혼란 우려
시행착오 있지만, 객관적 데이터로 수업 설계
사용은 교사 의지에 달려 있어, 필요하면 사용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재석 250인 중 찬성 162인, 반대 87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AI교과서(AIDT)를 '교과서' 대신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교육부는 AIDT 활용을 희망하는 곳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방침을 믿고 AIDT를 개발한 출판업계 측 집단 소송 움직임도 있다.

현재 전국 학교의 AI교과서 도입률은 33%. 그러나 일찍부터 전면 도입을 천명한 대구교육청은 98%에 달한다. 교육계 이견도 여전하다. 지난달 17일 한학기 동안 AIDT로 수업을 진행한 대구 동덕초 구종서(40·수학), 복현중 정동진(33·수학), 월서초 방정선(45·영어)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한학기 동안 AI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한 대구 동덕초 구종서(왼쪽부터) 교사, 복현중 정동진 교사, 월서초 방정선 교사가 지난달 17일 대구교육청에서 AI교과서 사용 후기와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한학기 동안 AI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한 대구 동덕초 구종서(왼쪽부터) 교사, 복현중 정동진 교사, 월서초 방정선 교사가 지난달 17일 대구교육청에서 AI교과서 사용 후기와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AIDT가 도입된 지 한학기가 지났다. 직접 수업해 본 느낌은 어떤가.

방정선=초3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걱정이 컸지만 전반적으로 잘 받아 들였다. 3, 4학년 영어는 주당 수업 시수가 2시간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AIDT를 환영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됐다.


구종서=AIDT는 맞춤형 수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전에는 '이정도면 이해했겠지'라고 판단했다면, 지금은 구체적이고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학생들을 조금 더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AIDT로 수업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학기 중후반이 돼서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정동진=AIDT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시험 대비 문제를 추천해준다. 학생들도 만족해 했다. 상담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AIDT를 열어 놓고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할 수 있었이미지 확대보기



-처음 도입되는 AIDT가 생소했을 것 같다.

방=초기에 자리잡는데만 2, 3주 가량 걸렸다. 사이트에 접속을 위해 가입과 아이디, 비밀번호를 숙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다만 학생들이 각자 본인의 패드를 쓰기 때문에 로그인만 해 놓으면 무리는 없었다. 초반 로그인 문제를 해결하는게 주요 과제였다.

구=AIDT의 취지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AIDT 데이터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나, 몇 개 틀렸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교사 일방향식이었다면 이제는 학생 스스로 정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학생들은 AIDT를 통해 남과 비교하기 보다 본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

정=상위권 학생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한다. 그보다는 중위권, 조금만 도와주면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이다. 중간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직접 질문하러 오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AIDT 도입 뒤 체감되는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

구=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어디까지 따라 왔는지 확인하는 루틴이 생겼다. 분명 수업 때는 학생들이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을 보니 오답이 너무 많아 놀랐던 적이 있다. 늘 정해진 수업에서 계속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수업 설계 자체를 다시 고민해보게 됐다.

정=교사 대상 연수에서 수업 화면을 보여줄 때가 있었는데, 한 학생이 문제를 풀고 있다는 화면이 떴다. AIDT는 학생들이 어디에 접속해 있는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한 학생들은 적극 활용한다고 느꼈다. 다음날 그 학생이 달라 보였다.


-학부모 반응은 어땠나.

방=저도 초등 자녀를 분 학부모다. 문해력 저하나 인터넷 중독에 우려로 사실 안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AIDT는 '교육'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학부모들도 으레 걱정을 많이 하지만 참관 수업 후에는 대부분 안심하고 돌아가신다.

구=처음엔 학교에서 우리 반만 AIDT를 사용했다. 참관 수업 후 인상 깊었던 말은 '서책형이랑 크게 다른건 없네'였다. 서책형에서 하는 건 AIDT에서도 한다. 학부모들도 수업을 본 뒤 다른 반응을 보이신다. 아이과 부모 세대 간 경험한 것이 다르니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정="다른 데는 안하는 데 대구는 왜 하나"는 말씀도 많이 하신다. 급하게 도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다. 그렇지만 AIDT를 어떻게 수업에 녹여내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업 자체를 바라봐 주면 좋겠다.


-정부 방침이 변화하면서 현장 교사들도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많다.

방=대구는 AIDT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 AIDT를 사용했을 때 장점이 있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교사가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 교수학습 자료 중에 또 하나의 옵션인 셈이다. 교사는 방향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 노력할 뿐이다.

구=교사들도 주변 분위기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정치적인 관점에 따라 의견이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AIDT는 결국 교사 의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긍정적인 요소는 있지만, 보완할 점은 없나.

방=영어에서 AIDT의 가장 큰 장점은 말하기 음성인식을 통한 일대일 피드백이다. AIDT가 반복 연습을 시켜주니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는다. 기술적인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일부 게임적인 요소로 학생 흥미를 높이지만, 음성인식을 위한 전반적인 교실 내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구=수학은 AIDT로 복습이 힘든 경우가 있다. 맞춤형 학습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재학습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2학기에는 통계나 입체도형, 평면도형 등 단원이 많다. AIDT에 내장된 디지털 도구가 다변화되면 학생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다채로운 수업이 가능할 것 같다.

정=주로 사용하던 수학 앱이나 구글 클래스룸처럼 기능이 충분치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