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단방문 막는다더니… 사전예약 '있으나 마나'

티포스
2024-07-14
조회수 71
  • 24.06.13

4월부터 도내 68개교 시범운영
학부모 강제출입 막을 근거 부재
조손가정 경우 사용 어려움 겪어
일선 학교 인력·공간 마련 시급
도교육청 "정부에 규정마련 건의"

지난달 22일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 내부에 학부모 A씨가 무단으로 들어와 수업 중이던 교사 B씨를 응시했다. 방문증이 필요하다고 안내받은 A씨는 교실을 다시 찾아 방문증을 흔들어 보였다. A씨는 B씨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B씨는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같은달14일 도내 또다른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C씨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교사 D씨에게 예고 없이 찾아와 교실 문을 열었다. 이후 그는 "왜 다른 아이를 편애하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C씨는 전날 발생한 학생들 간 다툼을 중재한 D씨에게 불만을 품고 찾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이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방문 사전예약시스템을 마련했지만 학부모가 예고 없이 교사를 찾아와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68개교에서 ‘학교 방문 사전예약시스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학교 방문 사전예약 챗봇 서비스는 카카오 채널에서 학교 이름을 검색한 뒤 방문 목적 등을 입력하고 예약 승인을 받는 절차로 진행된다. 해당 시스템은 전화, 문자가 아닌 카카오톡 채널로만 가능하며 ‘사전예약 없는 방문은 거절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부모의 무분별한 학교 방문으로부터 교사들의 수업과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고자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달 말까지 운영 후 사업성과 평가와 만족도 조사를 거쳐 정식 도입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권 보호 대책 실현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단으로 방문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봄이 경기교사노동조합 교권보호팀장은 "정작 학부모들은 사전예약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선생님들은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온 학부모에게 고초를 겪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사전예약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사전예약 없이 오는 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근거규정의 부재를 짚었다.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제7조 경기도학교민원대응지침 수립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보호자 및 민원인의 학교 방문시 사전예약 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 민원 대응 지침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으나 사전예약시스템이 제도권에 안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손가정의 경우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악성 민원인들에게 법으로 엄정 대처하거나 사전예약을 강행할 수 있는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교육부에 건의하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도내 학교의 정문 앞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학교안전지킴이가 지키고 있다.

다만 교사와의 만남을 목적으로 오는 학부모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일선 학교에서는 인력과 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사전예약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했다.

박도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사전예약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별도의 장소나 인력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기존의 인력과 장소에 이름만 붙여서 운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