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24일
라마다플라자호텔, 프레지던트호텔, 더케이호텔, 베니키아호텔, 이비스엠베서더호텔, 베니키아 호텔, 하버파크호텔, 스위스그랜드호텔, 리비돌호텔앤리조트, 유탑호텔.
'교실혁명 선도교사' 집합 연수가 진행된 호텔들이다. 5분 동안 교사들의 개인 블로그를 뒤져서 얻은 정보다. 전체 리스트는 대외비인지 공개가 안 되어 있다. 전국 만여 명의 교사를 상대로 연수가 진행됐으니, 실제 호텔 수는 이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올해가 끝이 아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3년 간 총 3만4000명의 선도교사를 양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사들의 AI 활용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올해 1만 여명을 교육했으니, 2만명이나 남았다. 3년 간 연수에 들어가는 예산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적지 않은 돈이 호텔 대관료로 쓰일 것이다. '교원 연수러시'로 호텔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셈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교실혁명은 교실이 아닌 호텔에서 시작됐다.
호텔 연수를 보면 미국의 '골드러쉬'가 떠오른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금광을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질기고 튼튼한 바지를 팔아서 큰 돈을 벌었다. 당시 극소수의 체굴 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금광을 구경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공교육 디지털 전환 시대, 최후의 승자는 AI교과서 개발사가 아니라 호텔이 될지도 모르겠다.
호텔 이야기를 길게 꺼낸 건 AI교과서 도입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AI교과서 개발사들 배만 불려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럴 수 있다. AI교과서 사업은 교육 회사나 관련 스타트업에 엄청난 기회다. 국내 교육 시장은 저출산으론 인한 학령 인구 감소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교육 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 상조나 여행, 식품, 엑티브 시니어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이런 와중에 AI교과서 도입 소식은 마른 땅에 단비와 같았을 것이다. 성역과도 같았던 공교육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마냥 쾌재를 부르기도 힘든 상황이다. AI교과서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말이다. 저 끝에 뭐가 있는지는 가봐야 아는데 그게 금인지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이윤을 남기는 게 기업의 생리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주어진 정보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수요 조사 자체가 어렵다. 몇 개 학교가 사용할지 모른다. 채택 여부는 오롯이 학교장의 마음에 달려있다.
가격도 미정이다. 일 년 구독료로 권 당 10만 원 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검정심사 항목에 가격도 있는 만큼 높게 부를 수도 없는 구조다. 또한 서책형 교과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여서 효과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 코로나19 때도 외면 당한 디지털교과서의 전처를 밟는 것이다.
이런데도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도입 일정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 뿐 아니라 교육업계에서도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다. 뭔가 구린 데가 있으니 서두르는 것 아니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일부 야당 의원으로부터 '교육감 선거를 노리고 AI교과서 도입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모욕적인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AI교과서 도입 명분은 공교육 혁신이다. 공교육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이를 위한 교사 연수에도 혁명이란 급진적인 단어를 붙였다. 애들 잠만 재우는 공교육, 산업화 시대의 잔재인 주입식 교육을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겠다는 뜻도 있다. AI라는 최첨단 기술을 학습에 접목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면 모두가 깨어있는 수업이 되고,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도 없을 것이란 게 교육부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문제는 AI가 그런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AI교과서는 전례가 없는 만큼 학습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급할 경우 도입을 서두를 수 있다. 코로나19 당시 우리가 맞은 백신은 미국 FDA로부터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백신이었다. FDA는 다른 예방제나 치료제가 없고 개발 중인 제품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을 경우, 잠재적인 혜택이 위험보다 더 큰 경우에 긴급 사용승인을 부여한다. 이 공식을 AI교과서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AI교과서는 다른 대안 교육 보다 효과적인가, 잠재 혜택이 위험보다 큰 가. 이 두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도입 일정을 늦춰야 한다.
교육부는 효과성 논란을 일축하고, 내년 도입 일정을 고수하고 있다. 검증보다 교원 연수에 쪽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런데 AI교과서 연수에는 AI교과서가 없다. 교실혁명 연수에는 AI교과서의 기능을 담을 AI교과서 프로토타입이 투입됐다. AI교과서는 아직 검정승인 전 단계라 11월에나 공개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기를 바라는 것일까. 교원 연수가 호텔업자의 배만 불리고 끝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2024년 07월 24일
라마다플라자호텔, 프레지던트호텔, 더케이호텔, 베니키아호텔, 이비스엠베서더호텔, 베니키아 호텔, 하버파크호텔, 스위스그랜드호텔, 리비돌호텔앤리조트, 유탑호텔.
'교실혁명 선도교사' 집합 연수가 진행된 호텔들이다. 5분 동안 교사들의 개인 블로그를 뒤져서 얻은 정보다. 전체 리스트는 대외비인지 공개가 안 되어 있다. 전국 만여 명의 교사를 상대로 연수가 진행됐으니, 실제 호텔 수는 이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올해가 끝이 아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3년 간 총 3만4000명의 선도교사를 양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사들의 AI 활용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올해 1만 여명을 교육했으니, 2만명이나 남았다. 3년 간 연수에 들어가는 예산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적지 않은 돈이 호텔 대관료로 쓰일 것이다. '교원 연수러시'로 호텔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셈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교실혁명은 교실이 아닌 호텔에서 시작됐다.
호텔 연수를 보면 미국의 '골드러쉬'가 떠오른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금광을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질기고 튼튼한 바지를 팔아서 큰 돈을 벌었다. 당시 극소수의 체굴 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금광을 구경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공교육 디지털 전환 시대, 최후의 승자는 AI교과서 개발사가 아니라 호텔이 될지도 모르겠다.
호텔 이야기를 길게 꺼낸 건 AI교과서 도입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AI교과서 개발사들 배만 불려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럴 수 있다. AI교과서 사업은 교육 회사나 관련 스타트업에 엄청난 기회다. 국내 교육 시장은 저출산으론 인한 학령 인구 감소로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교육 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 상조나 여행, 식품, 엑티브 시니어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이런 와중에 AI교과서 도입 소식은 마른 땅에 단비와 같았을 것이다. 성역과도 같았던 공교육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마냥 쾌재를 부르기도 힘든 상황이다. AI교과서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말이다. 저 끝에 뭐가 있는지는 가봐야 아는데 그게 금인지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이윤을 남기는 게 기업의 생리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주어진 정보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수요 조사 자체가 어렵다. 몇 개 학교가 사용할지 모른다. 채택 여부는 오롯이 학교장의 마음에 달려있다.
가격도 미정이다. 일 년 구독료로 권 당 10만 원 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검정심사 항목에 가격도 있는 만큼 높게 부를 수도 없는 구조다. 또한 서책형 교과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여서 효과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 코로나19 때도 외면 당한 디지털교과서의 전처를 밟는 것이다.
이런데도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도입 일정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 뿐 아니라 교육업계에서도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다. 뭔가 구린 데가 있으니 서두르는 것 아니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일부 야당 의원으로부터 '교육감 선거를 노리고 AI교과서 도입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모욕적인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AI교과서 도입 명분은 공교육 혁신이다. 공교육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이를 위한 교사 연수에도 혁명이란 급진적인 단어를 붙였다. 애들 잠만 재우는 공교육, 산업화 시대의 잔재인 주입식 교육을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겠다는 뜻도 있다. AI라는 최첨단 기술을 학습에 접목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면 모두가 깨어있는 수업이 되고,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도 없을 것이란 게 교육부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문제는 AI가 그런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AI교과서는 전례가 없는 만큼 학습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급할 경우 도입을 서두를 수 있다. 코로나19 당시 우리가 맞은 백신은 미국 FDA로부터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백신이었다. FDA는 다른 예방제나 치료제가 없고 개발 중인 제품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을 경우, 잠재적인 혜택이 위험보다 더 큰 경우에 긴급 사용승인을 부여한다. 이 공식을 AI교과서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AI교과서는 다른 대안 교육 보다 효과적인가, 잠재 혜택이 위험보다 큰 가. 이 두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도입 일정을 늦춰야 한다.
교육부는 효과성 논란을 일축하고, 내년 도입 일정을 고수하고 있다. 검증보다 교원 연수에 쪽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런데 AI교과서 연수에는 AI교과서가 없다. 교실혁명 연수에는 AI교과서의 기능을 담을 AI교과서 프로토타입이 투입됐다. AI교과서는 아직 검정승인 전 단계라 11월에나 공개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기를 바라는 것일까. 교원 연수가 호텔업자의 배만 불리고 끝나지 않기를 바래본다.